라스트 듀얼 - 최후의 전투 후기(스포有)
그저 [비극]이다.
이 영화를 본 이유는 단 하나
감독이 리들리 스콧
거장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다보고 나와서 느껴지는 이 찝찝함...
이 영화는 중세시대 프랑스의 마지막 막고라를 주제로 하고있다.
판결이 어려운 경우 결투를 하고 진실을 말하는 자가 신의 가호를 받아 승리하게 될 것이라는 비이성적인 제도에 대한 이야기이다.
시대상과 문화가 달라 이해가 안되는 부분도 많았다.
당시의 여성인권은 물건수준이라는것...
강간이 남편의 재물을 침범한 재물손괴죄 정도라는것이 직접적으로 언급될정도다....
여성이 흥분을 느껴야 임신이 가능하고 그게 과학이라느니 여러모로 비이성적인 시대인듯싶다.
영화는 3가지 챕터로 이루어져있고, 주역 인물 3명이 바라보는대로 사건을 보여주는 방식이다.
각 인물의 시각에 따라 같은 상황이라도 다르게 표현되고 있어 더 몰입됐던것 같다.
그래서 진실이 무엇인지 더 모르게 되었다.
첫번째 챕터는 맷 데이먼이 연기한 쟝 드 카르쥬의 시각이다.
전쟁에서 공을 세워 기사가 되는 인물이지만 자신의 영주의 눈밖에 나면서 자신이 가진 것을 모두 잃지만 아내에게 헌신하며 진실로 사랑하는 남자의 이야기가 펼쳐졌다.
전쟁에 지칠대로 지쳐서 거칠고 신경질적이지만 마르그리트를 만나게 되면서 점점 부드러워지고 따듯한 말도 건낼줄 아는 남자로 변해갔다. 마르그리트가 강간당하면서 목숨을 바쳐 진실을 증명하고자 결투를 신청한다.
두번째 챕터는 아담 드라이버가 연기한 쟈크 르 그리의 시각이다.
초반에는 친구인 쟝과 전쟁에서 참전한다. 쟝의 시각에서는 쟝이 쟈크를 살려줬다고 했지만 쟈크의 시각에서는 쟈크가 쟝의 목숨을 먼저 구해준다. 다른 사람의 은혜보다 자신이 한 일을 더 크게 생각하는 것을 표현한 것인가
여튼 쟝이 세금을 못낼때 영주에게 직접 선처를 구하는 등 초반에는 친구로서 의리를 지키는 듯 했으나 이후 영주의 신임을 받게 되고 방탕한 생활을 하게 된다.
쟝이 결혼지참금으로 받았어야할 땅과 가문대대로 내려온 성주직위까지 빼았으므로써 쟝과의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게 되었다. 그런 상황에 쟝의 아내인 마르그리트까지 강간하면서 결투신청을 받는다.
세번째 챕터는 조디 코머가 연기한 마르그리트의 시각이다.
왕을 배신했던 아버지가 명예를 되찾고자 군자금을 지원함과 동시에 공을 세운 쟝에게 마르그리트를 결혼시켰다.
처음에는 딱딱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부드러워졌던 쟝의 시각과는 다르게 끝까지 무뚝뚝하고 배우자가 아닌 아들을 낳기위한 수단 정도로만 취급되었다.
쟈크의 시각에서 강간당하는 장면(사실 두번째 챕터에서는 거의 유혹하듯이 나온다. 침실로 사뿐사뿐 뛰어들어가고 신음소리도 이건 강간이 아니라 즐기는거 아닌가 싶을정도였다.)과 다르게 처절하고 절규에 가까운 괴성만이 오갔다.
쟝이 강간 사실을 알고 자기 아내를 마지막으로 안은 사람이 쟈크가 되게 할 수는 없다며 마르그리트를 다시 침대로 부르는 장면에서는 충격을 금치 못했다. 좀 전의 그 부드럽게 위로해주던 쟝은 어디로 간것인가....
세번째 챕터를 보고나니 처음 두 챕터만 봤으면 결투의 마지막이 단순한 권선징악으로 끝났겠다고 생각했다.
분쟁이 일어나면 당사자 모두의 말을 들어봐야하는 이유라고 보면 되겠다.
엔딩크레딧 직전에는 마르그리트가 카르쥬가문의 안주인으로서 행복하게 살다 갔다는 말이 있다.
과연 그랬을까...
시어머니(?)의 말대로 그저 참으며 살지 않았을까... 그렇게 살아남았다고...
사실 각 챕터의 제목은 "00가 말하는 진실"이며, 이 세번째 챕터에서는 "진실"이라는 말이 강조되고 있다.
그런데 이것마저 과연 진실일까하는 생각이 든다.
이 영화 자체가 진실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일 수도 있겠다.
실제 사건에 기반한 영화이긴 하지만 결국 당사자에게 들은것이 아닌 문헌상에 남아있는 기록에 기반한 것일테니 말이다. 결국에는 마르그리트의 진실도 각자의 시각에서 바라본 정보일 뿐이지 않나.
이 영화를 보는 사람도 각자 다른 시각으로 내용을 받아들이고 있을 것이다.
진실이라고 강조되는 마르그리트의 시각도 과연 진실일까. 진실이라기 보단 각 인물이 말하는 세가지 진술서가 아닐까싶다.
어쩌면 남편이 죽기를 바라고 결투가 이루어지도록 유도한 것일 수도 있지않을까.
작중 쟝은 마르그리트를 씨받이 정도로 생각했고 아들을 못낳아 시어머니의 구박을 받는 아내는 하루하루가 지옥이었을테니 말이다.
쟝이 이기면 강간범한테 복수할 수 있고, 져도 그 지옥에서 벗어난다고 생각하면 어찌되든 이득아닌가
그 당시에 책을 좋아하고 집안사람들을 잘 이끄는 현명한 인물이니 이런생각으로 행동했을수도 있겠다.
쟝이 졌을때 화형당하는건 ㄹㅇ 예상도 못한거지
보고 나서 며칠이 지났어도 계속 생각나는 잘만든 영화다.
여러 생각도 하게되는 복잡한 영화다. 개인적으로 이런거 좋아한다
올해 본 영화 중 최고의 영화가 될 것 같다.